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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파이란' 인생의 밑바닥에 사랑이 찾아오다.
건달 강재는 갈데없는 삼류 건달이다. 건달을 같이 시작한 친구 용식은 보스가 되었지만, 욱하는 성질만 있을 뿐 싸움 실력도 별 볼일 없는 그는 조직에서 내어준 숙소에서 후배 경수와 빈둥거리는 일이 전부이다. 불법 포르노 비디오를 유통시키는 일을 하다 잡혀 들어갔다가 이제 막 출소했다. 젊은 후배들에게 무시받고 강재가 관리하던 비디오 가게도 물려주고, 그나마 일이었던 수금도 못 받아내고 후배들과 별거 아닌 일로 싸움이나 하는 천덕꾸러기가 되어 가고 있다. 친구이자 보스인 용식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한심한 강재를 두들겨 팬지만, 그래도 안타까운 마음에 술자리를 함께 한다. 그러나 술자리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용식은 자기의 구역의 온 라이벌 조직의 조직원을 보고 화가 나서 술기운에 그 조직원 죽이게 되고 같이 있던 강재는 시체유기를 돕게 된다. 용식은 조직을 살리기 위해서 강재에게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자수하라고 한다. 그러면 강재의 오랜 꿈인 낚싯배를 사주겠다는 약속을 한다. 강재는 이번 일만 잘 치르고 나서 낚싯배를 몰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에 젖어 용식의 말에 응하게 된다. 근데 갑자기 경찰이 찾아오게 된다. 의아하고 있는 강재에게 경찰은 뜻밖의 말을 한다. 강재의 아내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하는 것이다. 강재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일을 기억해 내었다. 그의 서류상의 아내는 한국으로 떠나 먼 친척을 찾아 중국에서 온 고아 처녀 파이란이었다. 그 친척은 이민을 가버린 상태이고 연고가 없는 한국에 머무르기 위해 인력사무소의 주선으로 위장결혼을 하게 되고 그의 남편이 강재였던 것이다. 강재는 용돈이나 벌자는 생각에 사진과 서류를 보내고 위장결혼 당일날 인력사무소 문틈으로 그녀를 잠깐 스치듯 보고 그 이후 만난 적이 없었다. 강재는 자수하기 전에 여행 삼아 아내의 시신을 인도받으러 경수와 함께 길을 나서게 된다. 한국에 와서 처음 룸살롱에 팔려갈 뻔 한 파이란은 결핵환자인 것처럼 피를 토하는 연기를 해서 시골의 작은 세탁소에서 일하게 된다. 피붙이 하나 없는 낯선 곳이지만 주변의 친절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갈 수 있었고, 힘들 때마다 큰 위로가 되는 건 촌스럽기 그지없는 강재의 사진이었다. 조금씩 한국말과 한글도 배우고 힘이 돼주는 남편 강재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었다. 그런데 위기를 피하기 위해 연기를 했던 결핵에 진짜로 걸리게 된다. 그래서 서류상 남편이기 하지만 도움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용기를 내어 강재를 찾아간다. 그런데 하필이면 바로 그날 강재는 불법 비디오로 경찰에 체포되어 가고, 파이란은 스쳐 지나가듯 남편의 모습을 잠깐 본 것이 다였다. 그리고 파이란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유골을 찾으러 온 강재는 파이란이 생활했던 세탁소의 할머니로부터 편지를 받게 되고, 그 편지 속에는 자신을 아내로 맞이해 준 강재에 대한 고마움과 힘든 타국 생활에 큰 의지가 되어준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차 있었다. 어떤 누구에게도 사랑을 받거나 소중한 존재였던 적이 없었던 강재는 아내인 파이란의 편지에 오열한다. 이제 돌아가면 친구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징역을 살아야 하고, 생전 처음으로 자신을 사랑하고 그리워 해준 여자는 한 줌의 재로 나타났고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는 그저 눈물만 흘러내렸다. 여행에서 돌아와 용식을 찾아간다. 대신 자수하겠다는 일을 없었던 걸로 하자고 말한다. 숙소로 돌아온 강재는 쌓여있던 비디오들 중에서 '파이란 봄바다'라고 적혀있는 비디오를 발견한다. 그 비디오에는 파이란과 우연히 마주친 경수가 그녀의 모습을 촬영한 비디오였다. 봄바다가 펼쳐진 곳에서 경수는 파이란에게 노래를 해보라고 하고, 부끄러운 듯 고향인 중국의 노래를 나지막이 부르는 파이란을 바라보는 강재의 표정은 아련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듯하다. 그때 갑자기 강재의 목에 남자의 팔이 감긴다. 바로 용식이 강재를 죽이려고 보낸 사람이었다. 발버둥 치는 강재의 발길에 파이란의 유골의 쏟아지고, 점점 흐려지는 의식 속에도 그의 눈은 비디오 속의 파이란에게 향해 있었다.
영화 "파이란" 쓸쓸한 죽음 앞에서 그 남자는 오열했다.
쓸쓸히 죽어간 파이란 보다 더 쓸쓸한 남자 건달 강재는 마지막 죽음도 너무나 비극적이다. 아니 삼류 건달인 강재가 처음으로 사랑이란 감정을 느끼고 자신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비극인지도 모르겠다. 용식에게 대신 자수하는 걸 못하겠다고 하고 숙소에서 비디오 속의 파이란을 보는 강재는 처음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쓸쓸한 평안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렇게라도 맛을 본 대가를 혹독히 치렀다. 파이란이 쓴 편지를 읽고 오열하는 최민식의 연기는 이 영화의 명장면이다. 사실 최민식의 영화라서 주저 없이 선택했고,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크게 히트하지 못한 것이 의아스럽다. 지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봐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