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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서 일어난 마법 같은 기적

    가끔 일어나는 모래 바람 말고는 움직임을 거의 볼 수 없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사막.   육중한 몸매에 사막과는 어울리지 않는 차림의 한 중년 여성이 캐리어 가방을 끌며 걸어가고 있다.    같은 시각, 낡은 간판 아래에서 한 여인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다.   그곳은 바로 "바그다드 카페".   카페와 모텔, 주유소를 겸하고 있다.  여인은 이곳의 주인이다.   이 두여인은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있는, 인적조차 드문 카페에서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캐리어 가방을 끌고 카페로 들어오는 중년 여인 야스민은 남편과 미남부를 여행하던 중 남편과의 갈등을 겪다가 혼자 차에서 내려 정처 없이 걷고 있었다.   카페 여주인 브렌다 또한 남편과 수시로 갈등을 빚던 중이었고, 무능하고 어리숙한 남편을 결국 쫓아냈던 것이다.   숙소를 찾는 야스민을 사무실로 안내하면서 브렌다는 의아스럽기만 하다.   외지인 손님은 정말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손님이 드문 낡고 초라한 카페였던 것이다.   커피머신은 오래전 고장이 났고, 라이선스가 없어 맥주도 팔지 못하는 그곳은 그저 몇 명의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머무르고 있었다.... 어쩌다 트럭 운전수나 배낭여행객들이 잠깐씩 들리는 무료하고 무기력한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던 중 외지 여행객인 야스민이 온 것이니, 반갑기보다는 의아스럽고 의심스러운 것이다.   브렌다는 야스민의 방에 걸린 남자 옷과 물건들이 영 의심스러워 보안관에게 신고하고 야스민을 조사받게 한다.   그러나 야스민은 온전한 여권과 비행기표를 갖고 있는 평범한 여행객이었다.  단지 남편의 가방을 바꿔 들고 왔을 뿐이었다.   며칠 후 야스민은 브렌다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카페와 사무실을 말끔히 청소했다.   간판도 닦고 지붕의 먼지도 털어내는 등 주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돌아와서 이를 본 브렌다는 원래대로 돌려놓으라며 야스민에게 버럭 화를 낸다.   야스민은 카페에 머무르는 사람들에게도 진심으로 대한다.   종일 피아노만 치고 있는 브렌다의 아들 살라모의 연주도 감상하고, 무명 화가 루디의 모델이 되어 주기도 하고, 철없는 브렌다의 딸 필리스와 수다도 떨며 노닥거린다.   어느새 야스민은 그곳 사람들의 절친한 친구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야스민이 브렌다는 몹시 못마땅하여 폭연을 쏟아낸다.   이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사과를 하지만, 브렌다는 혼란스럽다.   야스민은 그녀를 이해했는지 묵묵히 카페일을 도와준다.   간간이 방에서 연습한 마술을 손님들에게 보여주며 카페 분위기를 밝게 만들기도 했다.   카페 사람들은 야스민에게 매료되어 있었고, 브렌다 역시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야스민으로 인해 분위기가 밝아진 바그다드 카페는 입소문이 나면서 점점 유명해졌다.   이젠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되어 버린 그곳에서 외부 손님들도 몰려오고 야스민의 마술을 관람하면서 흥겨운 밤이 이어진다.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보안관으로부터 야스민은 본국으로 돌아가란 통보를 받게 된다.   노동허가증 없이 카페에서 일하는 것도 불법이고, 결정적으로 관광비자가 만료되어 더 이상 머물 수가 없었다.   야스민은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야스민이 떠나 버린 카페는 예전처럼 황량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다시 찾아온 손님들도 실망하고 돌아가버린다.   브렌다도, 카페 사람들도 야스민을 그리워하며 쓸쓸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참의 시간의 흐른 뒤, 그토록 그리워하던 야스민이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온다.   브렌다와 카페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열렬히 환영한다.                    야스민의 귀환으로 카페는 다시 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는다.   야스민과 브렌다는 카페의 가족들과 합세하여 마술쇼를 겸한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황량한 사막같은 마음에 오아시스가 되어 준 영화 "바그다드 카페"

    30년이 넘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리마스터링 되어 여러 차례 재개봉될 만큼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영화이다.   국내에서도 1993년에 처음 개봉되고 2016년, 2021년 두 차례나 재개봉되었다.   영화만큼 유명한 OST "calling you'도 명작 중에 명작이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젊었을 때 두 번 정도 감상을 시도했다가 결국 끝까지 본 적이 없는 영화였다.   기승전결 없이 너무나 지루하기만 해서 끝까지 보지 못하고 포기했다.   이제 야스민과 브렌다와 비슷한 나이가 되고 보니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공감도 되고 감정이입도 되고, 인생 영화로 손에 꼽을 정도로 좋아하는 영화이다.   야스민의 친절과 호의에 브렌다는 "누구 맘대로 내 삶을 휘저어요."라며 화를 낸다.  그러나 금방 본심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미안해한다.   누군가 다가와 주기를 기다리다 지쳐 버리면 자기의 마음을 깨닫는 것조차 시간이 걸리게 되는 거 같다.   그만큼 브렌다는 마음을 꼭꼭 잠그고 살아왔던 것이다.   닫힌 마음이 열릴 수 있는 것은, 진심으로 다가오는 따뜻한 마음뿐일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말이다.   야스민과 브렌다가 날씬하고 세련된 서양 미인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다.   만약에 그랬다면 나는 아마도 지금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했을 것이다.   중년의 나이에 어울리는 조금은 촌스럽고 퉁퉁한 몸매에, 머리카락 하나 흐트러짐 없는 답답한 스타일의 야스민...   삶에 눌리고 찌들 대로 찌들어 남자인지 여자인지 잘 알 수 없는 모습, 아니 남자보다 더 억센 여자가 아닌 아줌마의 모습의 브렌다.   우리나라 어느 지방 소도시에도 있을 법한 그런 모습을 보여 준 두 주인공이어서 나도 쉽게 동화되고 집중하여 보고 또 보는 바그다드 카페이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두 주인공의 깊은 포옹은 그래서 진한 감동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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